비상 대응과 비상계획
원전 중대 사고처럼 심각한 방사선 사태가 벌어지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대응이 전개된다. 비상시에는 시간적 제약이 크므로 비상 대응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상계획이 충실히 수립되고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준비 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비상 대응은 시설 현장에서 사고의 확대 방지 및 수습을 위한 사고관리 또는 내부 비상 대응과 현장 바깥의 일반인 보호를 위한 외부 비상 대응으로 구분된다. 사고관리의 주역은 시설 운영자 또는 방사선 사태 수습팀이고 외부 비상 대응의 주역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이다. 사고관리는 이상 징후의 인지부터 시작된다. 이상 징후가 인지되면 비상 운전 절차(EOP)에 따라 상태를 진단하고 진행을 예측하며 비상조치 준위(EAL)에 따라 요구되는 조치를 취한다. 원전의 경우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대사고 영역으로 사태가 발전하면 중대사고 관리지침(SAMG)에 따라 사고를 완화하기 위한 총력이 경주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사고관리 전략이 강화되어 종합사고관리(IAM)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고관리 자체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로 인한 방사선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 '비상'이란 말이 의미하는 범위는 넓다. 원전 중대 사고는 명백한 비상이지만 실험실에서 방사성 시약이 든 병을 떨어트려 국부 오염이 발생한 경우도 비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후자와 같은 사건에 대비하여 실험실 비상 대책을 수립하여 필요한 설비(제염 설비 등)를 갖추고 종사자를 교육하고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사건은 '가끔' 일어나는 상황으로서 방사선방호에서는 계획 피폭 상황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논의하는 '비상'이란 원전 중대 사고처럼 발생 빈도는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대량 방사능이 환경에 노출되어 다수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중대한 비상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낮은 확률, 큰 영향 사건은 사태 발생 전에는 잠재 피폭 관리 관점에서 예방과 피해 감축 대책을 강구한다. 사고의 예방은 원자력 안전 문제이고 피해 감축은 비상 대책 문제가 된다. 원전 중대 사고와 같은 대형 방사선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의 피폭 상황 전개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긴급작업을 위한 비상 피폭 상황들이 발생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집단 선량이 높은 기존 피폭 상황이 전개된다. 또한 긴급작업은 아니더라도 많은 계획 피폭 상황이 추가된다. 사고가 진압되어 안정화되면 비상 피폭 상황의 발생은 종료된다. 비상 피폭 상황은 없더라도 사고 전 정상상태에 비해 증가된 계획 피폭 상황(오염제거, 사고 원전 수습 등)과오염제거 기존 피폭 상황(오염지역 거주)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된다. 시간의 경과와 충분한 복구 활동이 이루어지면 점차 피폭 상황은 '정상'을 회복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비상 피폭 상황은 어떤 특별 임무를 위한 작업 단위별로 발생하고 종료되므로 불연속적이다.
여기서 혼선이 있는데 방사선방호 체계에서 '비상 피폭 상황'이란 개념과 재난 대응에서 '비상'이라는 개념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다. 방호체계 관점에서는 특별히 높은 선량을 피폭하는 의도된 작업을 수행할 필요성이 소멸하면 더 이상 비상 피폭 상황은 없게 된다. 이에 비해 재난 대응의 일반적 관점에서는 사태가 전반적으로 충분히 안정된 경우에야 비상이 종료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ICRP가 피폭 상황별 방호 개념을 도입하면서 '비상'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실태를 적정히 고려하지 못한 탓으로 볼 수 있다. ICRP 방호체계 개념의 보완 또는 적어도 용어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비상 피폭'으로 명시하지 않은 '비상'은 통상적인 개념으로 한다.
비상 대응의 목표
IAEA는 비상 대응의 현실적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상황을 제어상태로 되돌리고 현장 영향을 예방하거나 감축함.
결정론적 보건 영향을 방지하고 확률론적 영향 위험을 최소화함.
응급의료를 제공하고 방사선 상해자를 치료함.
방사선 외적 영향을 최소로 줄임.
재산과 환경을 최대한 보호함.
정상적 경제사회 활동을 최대로 복구함.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위협 수준에 맞춰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의 집행을 보장하도록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IAEA는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러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비상 대응의 범위
비상 피폭 사태에 임하여 전개되는 비상 대응 활동의 범위는 넓고 방사선방호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응급구조, 대응조직 발족, 사고관리, 방사선 방호, 긴급 의료, 구호 및 치안, 사회안정은 비상으로 부를 수 있는 단기 대응에 한정한 것이며, 복구나 폐기물 처리, 피폭 집단에 대한 보건관리와 같은 중장기적 업무는 기존 피폭 상황의 관리 또는 일상 보건관리 업무로 간주한다.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대응은 비상의 발령과 경보의 전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시에 합당한 등급의 비상을 발령하는 것이다. 비상 발령이 지연되면 후속 대응 활동에 차질이 따른다. 시설운영자는 사고관리에 집중한다. 이때 긴급작업을 수행하고 긴급작업자를 보호하는 활동이 수반된다. 비상 초기에 외부 대응조직이 활동을 개시하기 전에는 환경방사선 감시 등 대응에 긴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파급하는 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성은 고려해야 한다. 방사선 방호는 환경으로 방출되거나 예상되는 방사능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게 추정되면 당시 기상 조건을 참조하여 그 영향의 범위와 수준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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