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환경보호
ICRP 60(1991)까지의 권고에서는 사람이 아닌 생물종에 대한 방사선의 위해를 깊이 고려하지는 않고 사람이 적절히 보호된다면 다른 생물종도 충분히 보호될 것이라고 전제하여 왔다. 그러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에서의 악영향에 대한 문제가 여러 방면에서 표출됨에 따라 환경문제를 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있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도 위해인자가 환경을 위협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 또는 생태계를 방사선의 위해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적 배려에 대한 압력이 형성되어 왔다. 이에 ICRP는 ICRP 91(2003a)에서 사람이 아닌 생물종에 대한 방사선 방호의 기본 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방사선에 의해 어떤 생물종이 유의한 위협에 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방사선방호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ICRP 91(2003a)에 제시된 사람이 아닌 생물종에 대한 방사선 방호의 틀은 개념적으로 사람에 대한 방호와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정 생물종의 집단이 위협받지 않으면 무방하다는 과거의 관점으로부터 개별 생물종 개체의 치사 또는 생식능력의 감퇴가 그 생물종의 보전, 생물 다양성의 유지, 자연 서식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정도가 되도록 방지하거나 빈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한층 발전하고 있다. 동식물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고 주된 대상 동식물 즉, 참조 동식물(RAP)도 선정해야 한다. 사람이 아닌 생물종에 대한 선량으로 몇몇 제안이 있지만 아직은 합의가 없어 현재로서는 흡수 선량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면 피폭한 방사선질에 관한 정보를 같이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동식물의 종이 다양하고 각개 종마다 생태학적, 생리학적 특성 차이의 폭이 넓으므로 '전형적'이라고 볼 수 있는 동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학적 특성, 현행 보호 법규, 독성학 분야의 동향, 자원 가치, 방사능 관련 자료 가용 정도, 후속 연구의 편의성, 대중 반응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사슴, 쥐, 오리, 개구리, 송어, 넙치, 벌, 게, 지렁이, 소나무, 잔디, 미역을 참조 동식물로 선정했다.
선정된 참조 동식물을 이용한 영향 평가에는 사람의 방호와 평행논리를 적용한다. 사람의 선량을 평가하기 위해 기준인을 선정하고 이에 대해 선량 환산계수 등을 구하여 노출량으로부터 선량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방호기준과 비교함으로써 안전을 확인한다. 비슷한 절차가 참조 동식물에 대해 적용된다. 선정된 참조 동식물의 모의피폭체를 구성하여 예상되는 피폭 환경에서 선량을 산출한다. 일차적으로 마련된 모의체는 매우 단순화된 모델인데 예를 들어 사슴 모의체는 전신과 간, 생식선에 해당하는 타원구 체적을 갖는 모델로 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 RAP에 대해 환경 중 핵종별 단위 방사능 당 주요 조직 흡수 선량 환산계수가 도출되어 ICRP 108(2008a)로 발간되었다.
RAP의 방호를 위해 사람에 대한 선량한도나 제약치의 개념과 상통하는 유도 고려 참조 준위(DCRL)를 설정하여 ICRP104(2014)에 제시하고 있다. 아직 인간 외 생물종에 대한 방사선 영향에 대한 정보다 충분하지 않아 불확도가 내재하기 때문에DCRL은 구체적 값이 아니라 10배 범위를 가지는 밴드 수준으로 제시된다. 21세기의 환경보호 이데올로기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적시하기는 어렵다. 가장 힘 있는 종으로서 인간이 기타 생물종에 대한 보호책임을 과시하기 위해서 인지 윤리 논리를 앞세운 예방원칙의 실천인지 생태계의 일부로서 인간이 생태계의 지속을 위한 방어본능인지는 모호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시조이다.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현재 원자력의 이용과정에서 환경으로 방출하는 방사능은 천연 방사능에 비해 경미한 수준이므로 이로 인한 생태학적 위협을 우려하는 것은 과민한 반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대적 요구는 이를 입증하기를 바라므로 선량 개념과 참조 동식물이 설정됨에 따라 선량계측 및 영향평가가 빠른 보조로 진행될 것이며 그 결과가 방호체계에 피드백되어 방호체계를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환경보호의 철학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또 이에 대한 시각도 주체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므로 논란의 소지는 상존한다. 이해당사자 참여와 합의 절차를 통한 조율 기능이 이 분야에서도 요구된다.
환경보호에서 주목할 관점 중 하나는 환경으로 방출하는 오염원을 관리하는 데에는 소위 최선 기술(BAT)을 사용한다는 철학이다. 방사능 방출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장 기술이 BAT인지 의문이 계속 제기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사람 보호를 위한 정책에도 BAT 적용 여부에 대한 도전이 예상된다. 현재 가압경수로(PWR) 원전의 유출물 중 방사능 관리 설계에서, 평가된 주민 예상 선량이 기체 유출물의 경우 연간 50μSv를 넘지 않는다면 ALARA가 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제 입장도 그 논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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